이번 글에는 첫 한 달 동안 우리 가족을 꽤나 괴롭혔던 황달에 관해 써보려고 한다.
먼저 이 글은 어디까지나 우리 아기의 사례를 적은 경험담이다. 정확한 판단은 꼭 병원에서 진료받고 의료진의 안내를 따르길 바란다.
노란 게 뭐가 문제인데?
황달이라고 하면 그냥 간이 좀 안 좋을 때 얼굴이 노래지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병원에서 퇴원할 때도 황달이 조금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는 설명을 들었고, 우리도 ‘그냥 좀 지나가겠지’ 하며 조리원으로 들어갔다.
조리원에서는 경피용 황달 측정기로 매일 수치를 확인했다. 신생아에게 황달 수치가 올라가는 건 흔한 일이라 조리원에는 대부분 이런 기구가 있다고 했다. 피부에 잠깐 대면 빌리루빈 수치를 가늠할 수 있지만, 수치가 높거나 치료 여부를 판단해야 할 때는 혈액검사로 다시 확인한다.
생리적 황달도 있고 모유 황달도 있지만, 대개는 몇 주 안에 수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웬만하면 조리원에 있는 동안 좋아질 거라는 말에 우리 가족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 그냥 좀 노랗구나.
어, 빠르지는 않아도 수치가 계속 올라가네.
10, 13, 15, 18… 잠깐만. 이러다 핵황달이 오는 건 아니겠지?
핵황달이란? 혈액 속 빌리루빈이 매우 높아져 뇌에 영향을 주면서 영구적인 신경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드문 합병증이다. 위험은 숫자 하나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아기의 출생 후 시간, 재태주수, 수치가 오르는 속도와 용혈·감염 같은 위험 요인을 함께 살펴서 진단한다. 아기가 지나치게 처지거나 잘 먹지 못하고, 몸이 뻣뻣하거나 축 늘어지고, 높은 음으로 울거나 경련 같은 모습을 보이면 바로 의료진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결국 조리원 첫 주는 황달 체크에 온 정신이 쏠린 채 지나갔다. 아내는 몸을 회복하러 들어간 조리원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아침마다, 밤마다 수치를 걱정했다.
그런데도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토요일에 급히 분만병원 외래를 잡았다. 전문 담당 선생님의 진료일도 아니었지만 염치 불고하고 “황달 피검사라도 부탁드린다”고 해서 찾아갔다.
혈액검사 수치는 대략 14 정도였다. 병원에서 보는 광선치료 기준에는 미치지 않았던 것인지, 다음 주에 원래 잡아둔 외래에서 다시 확인해보자고 했다.
진료실을 나오는 순간부터 또 주말 내내 걱정하고 있을 우리의 모습이 너무 선명하게 그려졌다.
조리 대신 황달 검색만 하던 2주 차
조리원 2주 차가 시작됐다.
조리는 무슨. 우리는 거의 황달 검색만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원래 예정되어 있던 외래에 가서 당일 경피 측정 수치가 18 이상 나왔다고 이야기하자, 다른 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을 추천하며 전원 절차를 잡아줬다.
그 병원은 조리원에서 편도 한 시간 반 거리였다. 나는 일단 회사에 가야 했기에 장모님 도움을 받아 아기를 옮겼다.
입원 절차는 다행히 순조로웠고, 아기는 바로 광선치료에 들어갔다. 모유 황달 여부를 확인하려면 다음 날 냉동 모유를 조금 가져와 달라고 했다. 아내는 그 먼 거리를 매일 오갔다.
나중에 들으니 운전하는 내내 울었다고 한다. 나라도 휴가를 내고 운전을 해줬어야 했는데. 그때 혼자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늦은 후회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광선치료, 하루 만에 달라진 얼굴
입원 2일 차, 전날 광선치료를 마친 아기의 모습은 충격적일 만큼 달라져 있었다.
안대를 하고 있던 눈가를 제외하면 피부가 하얗다 못해 푸르스름해 보일 정도였다. 황달 수치는 4까지 떨어졌다. 내가 막연히 알고 있던 ‘정상은 1 이하’ 같은 한 줄 기준과 달리, 실제로 치료를 끝낼지는 출생 후 시간과 재태주수, 위험 요인, 치료 후 수치가 다시 오를 가능성까지 함께 보고 의료진이 판단한다.
이대로만 가면 3일 차에 퇴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정말 3일 차에는 수치가 더 떨어졌다. 모유를 먹인 뒤에도 다시 오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무사히 퇴원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남은 조리원 기간은 단 3일.
도대체 무엇을 조리한 것인가.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노래진 얼굴
그렇게 어영부영 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른 부모들은 조리원에서 목욕이니 수유니 뭐라도 배워온다는데, 우리는 배워온 게 거의 없었다. 덕분에 며칠 동안은 정말 제대로 우당탕탕했다.
그래도 조금씩 익숙해질 즈음, 뭔가 이상했다.
아기 얼굴이 다시 노래지는 것 같았다.
아니, 이제 황달과는 영원히 안녕인 줄 알았는데?
다음 분만병원 외래에서 확인한 수치는 다시 10 이상이었다. 이번에는 소화기과 협진도 필요하다고 했다. 담도 쪽에 물리적인 문제가 없는지 초음파로 확인해보자는 이야기였다.
외래로 초음파 예약을 잡으려면 몇 달이 걸릴 수 있어서, 하루 입원해 검사를 진행하는 방법을 안내받았다.
아, 이제 또 입원인가.
물론 지금 제일 힘든 건 내가 아니라 아기다. 태어나자마자 무슨 굴곡이 이렇게 많은지.
피검사에서는 담도 쪽 문제가 의심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이미 들었다. 그래도 실제 구조에도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이건 원인이 아니다’라는 도장을 하나씩 찍어가는 검사라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하루만 입원하면 된다고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한 번 입원을 겪고 나니 ‘하루’도 전혀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황달은 끝난 줄 알았을 때 다시 나타났고, 우리는 또 하나의 검사 앞에 섰다. 그래도 검색창 속 무서운 단어만 붙잡고 있기보다는, 필요한 검사를 받고 가능성을 하나씩 지워가는 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우리 아기, 이번 관문도 잘 넘겨보자. 화이팅이다.